호텔의 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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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호텔의 빙수

라운지에서 나 홀로

호텔 라운지라는 공간이 주는 특별함,
그곳에서 즐기는 빙수와 한낮의 여유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가 되면서…

마음만 먹으면 나는 방에 홀로 박혀 오로지 메일 박스와 워드 프로세서만을 붙들고 하루를 보낼 수 있게 됐다. 어느 날은 입 밖으로 말을 한마디도 내뱉지 않을 때도 있다. 즐겁다고 할 순 없지만 평화롭다. 행복하다고 할 순 없지만 고요하다. 그렇게 몇 달을 보냈다. 그리곤 ‘특이점’이 왔다. 어느 날 타잔처럼 옷과 머리가 흐트러진 거울 속 나를 보고 육성으로 한 줄기 탄식을 뽑았다. “와, 나 진짜….”

조용히 일할 곳이 필요한 나에게 호텔은 꽤 좋은 선택이었다.

호텔 객실에 고립되는 대신, 조용하고 안락한 호텔 로비 라운지로 향했다. 유명 호텔 체인 마사지숍에서 느꼈던 이국적인 향기가 들어서는 순간부터 온몸을 감싸면 저절로 걸음걸이가 차분해진다. 가방을 테이블에 내려놓는 손동작에서부터 메뉴판 사이를 넘나드는 눈빛까지, 슬로모션을 건 것처럼 한없이 우아해지기도 한다. 상업 공간이라면 구현하기 힘든 테이블 간 널찍한 간격은 여느 카페를 이기는 호텔 로비의 최대 장점이다. 지루하지 않으면서도 집중하기 좋은 잔잔한 음악이 깔린다는 점에서도 점수는 올라간다.

요즘 같은 때엔 고민할 것 없이
메뉴로 빙수를 고른다.
식사를 거르고 혼자서 빙수 한 그릇을
천천히 즐기는 것 자체가
여름날의 ‘혼캉스’니까.

호텔의 라운지가 무엇보다 좋은 건…

혼자 앉아있는다는 게 단 한순간도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옆 테이블의 수다에 빨려 들어가는 일도 잘 없다. 걸음이 총총한 비즈니스맨과 비즈니스 우먼들은 각자의 업무로 나 홀로 바쁘고, 커피 한 잔을 시켜 놓고 의자 등받이에 몸을 느슨하게 기댄 채 시간을 보내는 나 홀로 투숙객은 누구에게도 관심이 없다. 혼자인 이들은 이처럼 호텔 로비 라운지의 풍경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아무도 나에게 눈치 주지 않지만, 그렇다고 아무 시선도 없는 고립 상태도 아닌 그 완벽한 기분!

호텔 로비 라운지의 음식은 다양하지 않아도 벼르고 벼른 느낌이 강하다.

같은 메뉴라도 이곳에선 호텔 주방으로 납품되는 좋은 식재료와 그 재료 중에서도 더 좋은 부분만 골라 골라 프레젠테이션한 완벽한 한 접시를 받을 수 있다. 샐러드 하나, 비빔밥 한 그릇을 시켜도 융숭한 대접을 받는 즐거움이 있다. 가격은 물론 높다. 어느 때엔 계산을 위해 내미는 신용카드가 덜덜덜 떨릴 때도 있다. 하지만 한 그릇에 들어가는 노력과 그것이 주는 포만감, 홀로 호텔 라운지에 앉아서 즐긴 심적인 안정감과 적당한 고립감까지 돈으로 환산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호텔 로비 라운지에서 좋은 식사를 하며 나 홀로 무언가에 집중하며 보낸 시간은 ‘급속 비움’과 ‘급속 충전’ 두 가지를 모두 달성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내 기준엔 이게 바로 리프레시다.

요즘 같은 때엔 고민할 것 없이 메뉴로 빙수를 고른다.

식사를 거르고 혼자서 빙수 한 그릇을 천천히 즐기는 것 자체가 여름날의 ‘혼캉스’니까. 얼음보다 과일이 더 많이 들어간 푸짐한 빙수를 앞에 두고 혼자서 그 큰 산을 천천히 넘어가는 것을 즐긴다. 혼캉스를 즐기기 가장 좋은 호텔 라운지 분위기는 역시나 도심의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곳이다. 최근에 가장 인상 깊었던 호텔 라운지 빙수는 파크하얏트 부산에서 먹은 한 그릇이다. 요트장이 펼쳐 진 이국적인 분위기, 위에서 내려다보는 광활한 뷰와 매해 실망시키는 법이 없는 독창적인 빙수 메뉴 때문에 다음 여름에도 꼭 찾아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로비 라운지가 가장 여유로운 시간대에 맞춰 방문해 빙수를 먹는 순간은 여름에만 만끽할 수 있는 가장 즐거운 혼자만의 시간이다. 햇빛에 잘 마른 빨래처럼, 신나게 땀 흘리고 샤워한 후의 기분처럼, 몸과 마음이 개운해지는 시간이다.

GRAND WALKERHILL SEOUL

클래식의 맛
그랜드 워커힐 서울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 가면 역사가 오래된 고성에 들어설 때처럼 기분이 웅장해진다. 이곳 로비 라운지 ‘더 파빌리온’에서는 그 분위기에 걸맞은 클래식한 빙수를 판다. 시즌 한정 메뉴인 상큼한 애플망고 빙수를 비롯해 빙수의 정석 밀크 빙수, 고소한 인절미 맛의 콩가루 빙수 등 취향에 맞게 골라 먹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장소 더 파빌리온
메뉴 밀크 빙수 3만 5000원, 콩가루 빙수 4만원, 애플망고 빙수 5만 7000원, 어린이 빙수 4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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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ST HOTEL

달콤한 오후의 여유
네스트 호텔

어딘가로 훌쩍 떠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을 때 찾기 좋은 호텔이 네스트다. 큰 창을 통해 길게 쏟아지는 햇빛과 예술서적이 가득한 로비 층의 쿤스트 라운지도 네스트를 이용할 때 놓칠 수 없다. 이곳에선 녹차 아이스크림, 팥. 쑥떡이 올라간 전통 팥빙수와 애플 수박과 망고 수박으로 만든 수박 화분 빙수를 판매한다. 8월 31일까지는 객실 1박에 팥빙수와 와플까지 함께 제공하는 ‘달콤한 오후’ 프로모션도 진행한다.

장소 쿤스트 라운지
메뉴 전통 팥빙수 2만 9000원, 수박 화분 빙수 3만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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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RATON SEOUL D CUBE CITY HOTEL

야경과 함께 즐기는 빙수
쉐라톤 디큐브 시티 호텔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 호텔은 숨은 야경 명소로 유명하다.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41층의 로비 라운지에서 360도 파노라마 뷰로 즐기는 서울 시내 풍경은 이곳의 특장점이다. 라운지 바에 앉아 빙수 한 숟가락을 입에 넣으면 탁 트인 전망까지 함께 밀려 들어온다. 생망고가 들어간 망고 빙수와 팥빙수를 오후 2시부터 저녁 9시까지 선보이며, 칵테일과 같은 음료도 주문 가능하다.

장소 로비 라운지.바
메뉴 팥빙수 2만 2000원, 망고빙수 3만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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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 HYATT BUSAN

오션뷰 속 확실한 행복
파크하얏트 부산

30층에 있는 파크 하얏트의 로비 라운지에서는 시원하게 뻗은 광안대교와 바다를 바라보며 빙수 한 그릇을 즐길 수 있다. 다채로운 토핑이 올라가 맛이 풍성하고 비주얼도 화려해 제대로 된 ‘호캉스’ 기분을 만끽할 수 있게 해준다. 수박 아이스크림과 블루베리가 올라간 수박 빙수, 그린 빈 젤리와 팔미에 쿠키가 조화를 이루는 팥빙수, 코코넛 젤리와 허니컴 초콜릿이 더해진 망고 빙수 중 어떤 것을 골라도 후회가 없다.

장소 라운지
메뉴 오션 빙수, 망고 빙수, 수박 빙수, 팥빙수 각 3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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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호텔의 빙수 판매 기간은 2019년 8월 31일까지

손기은(@kieunson)

남성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GQ KOREA'에서 푸드와 드링크 분야의 에디터로 줄곧 일해왔다. 현재는 푸드&드링크 콘텐츠를 다루는 프리랜서 에디터이자 서울 종로 계동길에 술 중심의 문화공간 '라꾸쁘'의 공동 대표로 활동하며 어떻게 하면 더 맛있게 술을 마실지 매일 고심 중이다.

에디터 박주선
일러스트레이터 최문정(@during_peace)

여름의 맛을 담은 특별한 호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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